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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쫓아다니면서 씹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어. “항의한다” “물러나라” “잘못됐다” “부당하다” 뭐 그런 도전과 저항을 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 경멸의 정서를 담고 있다는 거야.


읍.읍.이, 찢지사, 낙지사, 이점명, 점지사, 기타 등등의 갖가지 용어에는 이 사람은 멸시당해도 당연한 사람이라는 어떤 심리적 확신이 묻어 있다고 봐.


정청래 발언도 마찬가지. 계륵이다. 얘기하기도 싫다. 가는 곳마다 분란이 일어난다. 그냥 이유없이 싫다..... 자기들끼린 그러고 씹나보지.


근데 나는 이게 왜 이렇게 익숙하게 들릴까?


옛날 일이야. 2001년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 최병렬 의원이 시사저널에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 (참고로 최병렬은 조선일보 편집국장, 한나라당 대표를 했고 지금은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야.)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의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어린애 같은 얘기지요. 대권을 의식해 좀 튀어보려고 그런 발언을 한 것 아닌가요. 뭔가 욕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상심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저는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 평상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진리를 보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의 장관이고 차기 대선주자라는 사람에게 어린애 같다느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진리를 보는 능력이 부족하다느니 라고 했지. 아주 같잖게 생각한다는 걸 엿볼 수 있어.


<월간중앙 윈> 98년 11월호에 이런 기사도 있더라. “‘노무현이 있는 곳은 늘 시끄럽다’고 믿고 싶어하는 이른바 ‘안정 희구세력’인 중산층은 그래서 그를 매우 ‘불안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가는 곳마다 시끄럽다, 이재명에게 따라다니는 말이지. 그런데 이거 노무현이 늘 듣던 소리야. 왜 시끄럽겠어? 기존 질서에 도전하니까 당연히 시끄러운 거지. “시끄러워서 싫다”는 건 기득권이 툭하면 써먹는 논리야.


노무현이 대통령 당선되고 나서도 이 사람들은 고졸에다가 변변한 인맥도 없는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어.


2003년 8월 22일 한나라당 당직자 공개회의에서 김병호 의원은 “시중에 노대통령과 개구리가 닮은 점이 다섯 가지 있다고들 한다. 올챙이 적 시절을 생각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며, 가끔 슬피 운다 등이다"라고 말했어. 그러자 옆에 있던 박주천 사무총장이 “맞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생긴 것마저 개구리랑 똑같다”라고 했고. 언론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쓴다며 이런 발언을 널리 소개했지.


최병렬은 한나라당 대표가 된 후 공식 석상에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버젓이 말했고, 김무성도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공공연히 발언했어. 전여옥은 방송 토론회에서 “(노무현 같은)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고 했지.


당시 기업인들이나 상류층들이 모인 버젓한 자리에서, 건배사를 “노시개!”라고들 했어. 노시개란 노무현 시발놈 개.새끼의 줄임말인데, 연단에서 마이크 잡은 사람이 노시개! 하면 좌중이 노시개! 하면서 마시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현직 대통령인데, 오죽 하찮고 얕잡아봤으면 겁도 없이 그랬을까?


심지어 안양시립합창단의 오 모 상임지휘자가 대한민국 창작음악제 뒷풀이 자리에서 노시개! 했다가 구설에 올라서 사임한 일도 있었지. 사적 모임도 아니고, 시립합창단이라는 공적인 기관의 지휘자가 공적 행사 뒷풀이 자리에서 말이야. 그때 시립합창단의 단무장이란 사람은 안양시 홈페이지에다가 “노시개라는 말은 노 대통령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흔히들 사용하는 농담”이라며 해명이랍시고 했어.


언론도 마찬가지였어. 2003년 노무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가 있었는데,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위원은 이렇게 썼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본 사람들이 혀를 차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대통령이 화를 내고 사람들이 그 장면에 기막혀하는 모습은 마치 한계에 부딪힌 한국 민주주의가 덜그럭거리는 소리처럼 들린다.”


얼마나 깔보고 있는지 느껴지지 않아?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노무현 깔보고 얕잡아보는 절정은 단연코 <환생경제>라는 연극이지. 2004년 8월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현역의원 24명으로 결성된 극단이 공연을 했어. 이 극단은 이재오가 주도했는데 거기 나왔던 노무현 멸시 발언이 가관이지.


- 부녀회장 (박순자 의원)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알 값을 해야지. 육시랄 놈. 죽일놈.” “이혼하고 위자료로 그거나 떼달라 그래.”

- 번영회장 (송영선 의원) “그놈은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

- 저승사자 (주성영 의원) “지 새끼 죽은지 모르고 상갓집에서 춤을 추는 등신 같은 놈아. 앞으로 3년간 어떤 짓 하지 말고 제발 입조심하고 똑바로 하거라.”


이때 연극을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어. https://www.youtube.com/watch?v=WWmuMiYBwT8


현역의원들이, 지금 집권하고 있는 2년차 대통령을 상대로 저럴 수가 있나?


노무현이 절대적으로 옳았다는 말은 전혀 아니야. 그 사람도 잘잘못이 있고 비판받을 일 많다고 생각해. 내가 얘기하는 건 노무현 깐 게 열받는다는 게 아니라 거기 담겨 있는 같잖게 보는 눈길이야.


막말하고 극딜하는 건 옛날부터 우리나라 정치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서 김홍신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꿰매고 싶다”는 둥 여러 가지 유명한 발언들이 있지.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가 아무리 싫어도, 야당 지도자들이 공식석상에서 생긴게 쥐 같다느니, 닭대가리라느니, 그런 식의 말은 안 했어. 호텔 연회장에서 입을 모아 닭근혜! 하면서 건배사를 주고받지는 않았다고. 이명박의 숨은 아들 얘기는 했어도 불알이 어떻고 거시기가 어떻고 그런 얘기는 안 했어.


“멸시와 경멸”은 기득권이 하찮은 자들을 보는 정서야. 누구에 대해 반대하고 투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거야. 같잖은게 기어오른다고 여길 때 나타나는 태도지.


오죽 하찮게 여기면 김영환이라는, 나름 ‘서울대 운동권 3총사’로 꼽혔고 김근태와 민주화 투쟁을 함께 했다는 자가, 케네디 인권상을 수상했다는 자가, 공식 TV 토론에서 이재명이 여배우랑 바람 피웠다며 그딴 식으로 할 수 있는 거야? 네거티브를 해도 돈 먹었다거나 누구랑 커넥션 있다거나 언행이 표리부동하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너 누구랑 섹스했지, 이게 말이 되냐고.


토론회에서 박근혜한테 최태민 물어보거나 이명박에게 혼외자 물어보지 않았던 건 몰라서 안 한 게 아니야. 그 정도까지 박근혜 이명박을 멸시하는 마음가짐이 없었기 때문이고, 상대방 정치 지도자에 대한 지극히 최소한의 존중이 있었던 거야.


백번 양보해서 기득권 세력이나 보수층이 이재명을 같잖게 여기는 건 그 사람들 출신이나 시각이 그러니까 그럴 수 있다 치자. 노무현 사랑한다는, 문파라는, 민주세력이라는, 그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이재명에 대한 경멸감을 표현하는 자들이 스스로 문파라면서, 문 대통령 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건 우연이 아니야. 이건 단순한 당내 계파싸움으로만 볼 수 없는 거야. 그들은 내 뒤에 문 대통령 있다, 내가 이제 주류야, 나 잘났어, 이런 감정을 표현할 상대가 필요한 거야. 그게 경멸의 정서로 나타나는 거지.


양진호가 사람 두들겨 패면서 스스로 나는 강해 아무도 못 건드려 하면서 흡족해하는 거랑 똑같은 거지.


이재명이 뭘 잘못했다거나 옳지 않다는 의견이랑, “아니 어떻게 하면 이재명 같은 하찮은 인간을 좋아할 수 있지?”하는 경멸적 확신을 가진 거랑은 확실히 구분해야 해. 그리고 후자의 부류들은, 특히 그 사람이 문통을 등뒤에 업으려고 한다면, 그 인간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이 비판받거나 욕먹는 일은 그전부터 수없이 있었는데, 이재명을 찢 낙 읍 점 하면서 조롱하는 말 들으면 유독 왜 그렇게 열이 받을까 혼자 곰곰 생각해보다 내린 결론이야. 너무 길어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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